금융당국이 최근 과열되고 있는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중개 경쟁에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수수료 수익에만 몰두하며 투자자 보호를 등한시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위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해외주식 영업 중단’이라는 초강수까지 예고하자, 증권사들은 해외투자 마케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투자자 보호라는 표면적 이유와 함께 고환율 상황에서 달러 유출을 부추키는 것으로 지목되는 ‘서학개미’의 투자 쏠림을 막겠다는 당국의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감독원은 이찬진 원장군산출장샵 주재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증권업계의 해외증권 중개시장 쏠림 현상과 이에 따른 투자자 피해 우려를 집중 점검했다. 이 원장은 회의에서 “증권사들이 투자자 보호는 뒷전으로 한 채 눈앞의 단기적 수수료 수입 확대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증권사들의 해외증권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은 2023년 7000억 원에서 올해 10월 기준 2조 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지난 8월 말 기준 개인 해외주식 계좌의 49%가 손실 구간에 머물렀고,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서는 10월 말 기준 약 3700억 원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원장은 이처럼 증권사는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반면, 개인투자자는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은 증권사들의 영업 행태가 고객 이익과 배치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투자자를 현혹하는 과장광고, 무분별한 투자권유, 투자위험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 등 위법·부당행위 발견시 해외주식 영업중단 등 최고 수준으로 엄정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당초 10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려던 해외투자 실태점검 대상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점검 과정에서 문제 소지가 발견되는 증권사는 즉시 현장검사로 전환해 고강도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당국의 압박에 증권업계는 즉각 반응했다. 금감원은 이날 점검회의후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등 해외주식 점유율 상위 4개사 대표를 소집해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금감원은 해외증권 중개영업 전반에 걸쳐 문제점을 즉시 시정하고, 영업 유인체계 개편 등으로 투자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증권사들은 당분간 해외주식 관련 신규 마케팅과 이벤트를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기존 해외 투자광고 역시 내려갈 가능성이 크며 진행 중인 이벤트도 법률 검토를 거쳐 조기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업계도 최근 해외주식 마케팅이 굉장히 과열돼 있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업계 전체적으로 신규 마케팅을 중단하는 데는 큰 반발 없이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투자자 보호를 넘어 환율 안정을 위한 의중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환율 상승의 주요인 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매수세가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3일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사 대상 해외상품 투자관련 현장 점검을 진행 중이며, 자산운용사로까지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